문제 읽는 시간을 남기는 법
아이디어 상태
🌿 성장 중 (구체화 단계)지난 수요일 5교시, 교실 뒤에 의자를 놓고 앉았어요. 박 선생님 2학년 수학 수업을 참관하던 때였는데, 점심 뒤라 저도 눈이 조금 무거웠어요.
첫 문제가 화면에 떴는데 바로 풀지 않았어요. 박 선생님은 조건에 밑줄만 치게 했고, 설명도 힌트도 없이 스무 초쯤 기다리더라고요.
그 짧은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이 손을 들기 전에는 짝과 표시를 비교했고, 서로 다르게 표시한 곳을 하나씩 말하게 했어요. 구하는 것과 정수 조건에 한 표시가 짝마다 달랐고요.
이 과정은 길어도 1분 남짓. 진도가 밀릴 만큼 길지는 않았어요.
평소에는 “이거 무슨 공식이에요”가 먼저 나와요. 그날은 어느 조건을 식에 넣는지 묻는 말이 많았고, 질문이 사방으로 튀지 않았어요.
제가 주던 읽기 시간은 풀이 대기에 가까웠어요. 빠른 아이가 손들면 바로 판서를 시작해서 나머지는 문제를 읽는 척 답을 옮기기도 했고요.
참관 수첩 여백에 순서를 적어뒀어요. 밑줄, 짝 확인, 질문 세 단어. 별것 아닌데 제가 자주 빼먹는 사이였어요.
다음 날 제 반의 이차방정식 문제에도 그대로 해봤어요. 스무 초 동안 말하지 않고 밑줄만 긋게 했고, 짝과 다른 표시 하나를 찾는 순서도 같았어요.
근데 이게 바로 되지는 않았어요. 숫자마다 밑줄을 긋고 연필을 놓는 아이가 여럿 있었어요. “다 했어요”라고 했지만 다음 식은 시작하지 못했어요.
밑줄이 읽기의 끝이 된 셈이었어요. 표시는 남았는데 조건 사이 관계는 안 남더라고요. 제가 시간을 너무 짧게 줬나 싶기도 했어요.
다음에는 밑줄 옆에 짧은 말을 붙여보려 해요. ‘이 조건으로 알 수 있는 것’을 여섯 글자 안팎으로 적는 식인데, 예를 들면 ‘차는 3’, ‘곱은 40’ 정도예요.
여섯 글자 제한은 아직 자신이 없어요. 문장을 줄이는 데만 정신을 쓸 수도 있으니까 처음 두 문제는 글자 수를 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내일 쓸 활동지에는 밑줄 옆에 작은 칸을 하나 넣었어요. 칸 위에 붙일 이름은 아직 못 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