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데 월요일을 생각했다
어제 종례가 끝난 뒤, 교실 바닥에 의자 끄는 소리만 잠깐 남았어요. 아이들이 놓고 간 공책 몇 권을 교탁 위에 가지런히 쌓고 알림장을 적으려는데 칠판 한쪽의 받아쓰기 날짜가 눈에 들어왔고, 아직 금요일 오후인데 다음 주가 갑자기 바로 앞까지 온 것 같았어요. 지우개를 들었어요. 날짜는 그대로 두었어요.
알림장에는 준비물부터 쓰면 되는데 월요일 1교시 장면이 먼저 떠올랐고, 출석을 부르기 전 아이들이 책가방을 열고 저마다 자리를 정리하는 조용한 몇 분이 있어요. 그때 표정을 한 번씩 보고, 빠진 준비물을 찾고, 주말 동안 들어온 학부모 연락도 다시 확인해야 해요. 3년차가 되었는데도 그 몇 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바빠져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요).
복도에서 김 선생을 만나 “다음 주 준비 다 했어요?” 하고 물었어요.
김 선생은 잠깐 멈추더니 “아니요, 하나도요”라고 했어요. 저도 “저도요”라고 답했고요. 둘이 웃었어요. 정말 하나도 안 한 건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 조금 가벼워지는 때가 있잖아요. 각자 교실로 돌아가면서는 다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떠올렸을 것 같고, 저는 교실 문을 열자마자 인쇄하지 않은 활동지가 생각났거든요.
집에 와서는 가방을 열어 둔 채 한동안 손도 대지 않았어요. 꺼내지 않은 공책 더미가 가방 입구에 보였는데, 콩이가 그 위에 올라앉아 앞발을 접었어요. 비켜 달라고 하려다가 그냥 두었어요. 덕분에 채점도 조금 미뤘고요. 월요일이 무서운 마음은 딱히 사라지지 않았고, 아침에 알림장 파일만 한 번 더 열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