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서점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동네 그림책 서점 문을 밀고 들어가니 작은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어요. 조카에게 줄 책 한 권만 고를 생각이었는데, 가방을 내려놓을까 하다가 그냥 멘 채로 책장 앞에 섰어요. 처음 꺼낸 건 짙은 파란색 표지였고, 그다음은 주황색 고양이가 그려진 책이었어요. 몇 권만 훑어볼 참이었는데 시계를 다시 봤을 때는 두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고요.
표지 색이 좋아서 꺼낸 책들은 이상할 만큼 문장이 짧았어요. 한 장에 한 줄, 어떤 장은 글자가 아예 없었어요. 짧아서 더 오래 들여다본 건지, 내용보다 종이 색과 그림 구석만 본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조카 책을 고르러 와서 내가 대체 뭘 찾고 있나 싶어 잠깐 민망했어요 (아무도 저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요).
교실 생각도 자꾸 끼어들었어요.
우리 반 애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발견하면 혼자 “여기서는 웃겠는데” 하고 중얼거렸어요. 커다란 곰이 방문 뒤에 숨는 장면은 두 번이나 펼쳐 봤고요. 막상 교실에 가져가면 예상과 달리 조용할 수도 있고, 몇 쪽 못 가서 다른 책을 읽어 달라고 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선뜻 고르기가 어려워 다시 제자리에 꽂았어요 (제가 재미있으면 된 건가 싶기도 했고요).
계산대 앞에서는 작은 엽서까지 한 장 집었다가 내려놓았어요.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니 손이 비어 있는 게 조금 찜찜해서 가방끈만 몇 번 고쳐 잡았어요. 집에 돌아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자 콩이가 냄새를 한 번 맡고는 그냥 지나갔어요. 책 냄새가 조금은 묻어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