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AI로 숙제를 해 오면 — 금지 대신 과제를 바꾸는 방법
"이거 AI가 쓴 거지?" 요즘 교사들이 과제를 받아 들고 가장 먼저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생각은 대개 이렇습니다. "증명할 수가 없네." AI 탐지 도구는 오탐이 잦고, 학생은 문장을 조금만 바꿔도 빠져나갑니다. 이 싸움은 교사가 이기기 어렵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과제를 바꿉니다
AI로 대신할 수 있는 과제라면, 그 과제는 이미 AI 이전에도 '학습'보다 '제출'에 가까웠을지 모릅니다. 요약하기, 정리하기, 조사해서 옮겨 쓰기. 이런 과제는 학생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결과물의 모양을 평가합니다. AI는 결과물의 모양을 완벽하게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봅니다. "AI가 못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 학생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과제는 무엇인가"입니다.
세 가지 방향
- 이 학생의 경험을 재료로 쓰는 과제. "우리 동네에서 이 개념이 적용되는 장면을 찾아 사진과 함께 설명하라." AI는 학생의 동네를 모릅니다.
- AI를 써야만 풀리는 과제. "AI에게 이 문제를 세 가지 방식으로 풀게 하고, 어느 풀이가 틀렸는지 찾아라." AI를 쓰는 것이 부정이 아니라 과제의 일부가 됩니다. 학생은 답이 아니라 판단을 제출합니다.
- 과정을 제출하는 과제. 결과물과 함께 "AI에게 무엇을 물었고, 어떤 답을 버렸고, 왜 버렸는지"를 씁니다. 대화 기록 자체가 사고의 흔적이 됩니다.
부정행위의 정의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계산기가 처음 교실에 들어왔을 때도 같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계산기를 쓰는 것이 부정이 아니라, 계산기를 써서는 안 되는 시험에서 쓰는 것이 부정입니다. AI도 같은 길을 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제에서 AI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를 교사가 먼저 정해 학생에게 말해 주는 것입니다. 정해 주지 않으면 학생은 각자 알아서 정하고, 그중 누구도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AI로 숙제를 해 오는 학생을 잡는 데 쓰는 시간을, 그 학생이 AI로도 대신할 수 없는 과제를 만드는 데 쓰는 편이 낫습니다. 그편이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남는 것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