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학습의 약속과 함정 — AI 튜터가 대신할 수 없는 것
"모든 학생에게 개인 교사를" — AI 튜터가 내세우는 약속입니다. 서른 명이 한 속도로 가야 하는 교실에서 뒤처지는 아이와 지루해하는 아이를 동시에 구해 내겠다는 것이지요. 이 약속은 진심이고, 부분적으로는 이미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맞춤이 편안함이 될 때
AI 튜터는 학생이 틀리면 더 쉬운 문제를 주고, 맞히면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줍니다.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조용한 함정이 있습니다. 학생은 늘 '풀 만한' 문제만 만나게 되고, 도저히 안 풀리는 문제 앞에서 버티는 경험을 하지 못합니다. 학습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순간은 편안할 때가 아니라 막혔을 때입니다. 완벽하게 맞춰진 경로는 그 순간을 지워 버릴 수 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늘 보고 싶은 것만 보여 주다가 세계를 좁혀 버렸듯이, 학습 알고리즘도 학생을 '할 수 있는 것'의 울타리 안에 가둘 수 있습니다.
AI 튜터가 모르는 것
- 왜 틀렸는지의 '왜'. AI는 오답의 패턴을 압니다. 하지만 어제 부모님과 다퉈서 집중이 안 됐다는 것은 모릅니다. 같은 오답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처방이 달라야 합니다.
- 학생이 되고 싶은 사람. 맞춤형 학습은 현재 실력에 맞춥니다. 하지만 학습의 방향은 실력이 아니라 소망에서 나옵니다. "나는 이걸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데이터에 없습니다.
- 옆 친구의 존재. 혼자 완벽하게 배우는 것보다 서툰 친구와 함께 배우는 것이 더 오래 남을 때가 많습니다. 설명해 주면서 배우고, 경쟁하면서 배우고, 함께 틀리면서 배웁니다. 1:1 튜터에는 이것이 없습니다.
맞춤형 학습을 잘 쓰는 법
AI 튜터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복 연습, 기초 다지기, 즉각적인 피드백에서 AI 튜터는 훌륭합니다. 다만 그것이 학습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교사가 세 가지를 남겨 두면 좋겠습니다.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만나는 시간, 친구와 함께 푸는 시간, 그리고 "너는 무엇을 잘하고 싶니"라고 묻는 시간입니다.
맞춤형 학습의 진짜 완성은 알고리즘이 학생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언젠가 알고리즘의 추천을 거절하고 스스로 어려운 길을 고르는 순간에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