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기 시대에 영어를 왜 배우냐고 묻는 아이에게
중학교 1학년 아이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번역기가 다 해 주는데 영어를 왜 배워요?" 예전 같으면 "시험 봐야지"로 넘겼을 겁니다. 그런데 그 답은 아이도 저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한 시간을 통째로 이 질문에 썼습니다.
먼저 인정하기
번역기가 잘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영어 기사 한 단락을 번역기에 넣어 보여 줬습니다. 아이들은 "거봐요"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번역기가 저보다 빠릅니다.
그다음, 번역기가 못 하는 것 찾기
아이들에게 과제를 줬습니다. "번역기를 써서 옆 나라 친구에게 자기소개를 해 보자. 단, 친구가 답장을 보내면 그 답장도 번역기로 읽고 다시 답해야 한다." 세 번쯤 주고받자 아이들이 답답해하기 시작했습니다.
- 농담이 번역되면 이상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게 웃긴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 상대가 "괜찮아"라고 했을 때 정말 괜찮은 건지 예의상 하는 말인지 번역기는 알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무엇보다, 번역기를 거치는 동안 대화의 속도가 죽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내린 결론
수업 끝에 한 아이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번역기는 뜻을 옮겨 주는데, 사람을 옮겨 주진 않네요." 제가 준비한 어떤 말보다 나았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뜻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쓰는 사람에게 닿는 일입니다. 그건 아직 도구가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왜 배워요"라는 질문은 피할 것이 아니라 수업의 재료입니다. 정직하게 인정하고 함께 답을 찾으면, 아이들은 교사가 준 답보다 자기가 찾은 답을 오래 간직합니다.